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카메라를 처음 들었던 때로 부터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국민학교(뭐 이제는 초등학교라고하는게 더 익숙하지만...) 입학 전 아버지의 FM2로 아버지의 발목을 잘라먹은 사진때문에 아련한 선망의 대상이였던 것은 카메라 혹은 사진이였던 것 같다. (사람 사진을 찍으면서 발목을 잘랐다고 얼마나 혼났던지.. 초등학생에게 초점이 맞은 사진을 찍었던거만 해도 어디였냐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깨너머로 사진집을 구경하고 방학이면 아버지의 사진기를 빌려, 혹은 똑딱이 수준의 자동카메라를 구해 친구들과 캠프을 가고 기념사진을 찍고 했던거 같다.
(뭐 그 시절 사진수준이란것은 차마 눈 뜨고 보기도 민망하다. 아니 뭐 그냥 찍고자하는것만 내 맘대로 찍었던...)
그러다 대학을 졸업, 대학원을 진학하고 2002년 여름, 우연찮게(?) 일본의 모 교수님의 연구실로 연구를 위해(라고 쓰고, 그냥 눈요기라고 읽는다.) 갔을때 디카라는 것을 처음보고 덜컥 질러버렸었다.
그 녀석이 니콘의 쿨픽스 4500이였다.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무슨 배짱이였던지 덜컥 질러버리고선 그냥 막 찍고 다녔다.
조잡하고 의미없는 사진들이 가득한 나의 백업용 하드디스크 속에서 뭔가 그때의 향수를 맡아가며 한장씩 한장씩 꺼내볼까 한다.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자 한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일지, 능력과 한계에 의해 갈 수 없는 길임을 알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뭐, D200을 수장시키고 나서야 지나온 날들을 반추해보는 것이라고, 아주 멀리 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훨씬 더 멀리 가기전에 한 번쯤은 반추해야한다고 위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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